이수열님의 열에 대한 이론
고급 활공 기술과 전략
이 수 열
한국크로스컨트리비행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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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제1장 열기류비행의 기본
1. 서멀의 발생원인
2. 서멀의 성질
3. 서멀의 형성
4. 서멀의 종류
5. 서멀의 종류별 특성
6. 서멀의 상승
7. 서멀 사냥
8. 코아링(Coring)
제2장. 열기류비행 전략
1. 서멀은 어디에서, 어떻게 발견할 수 있나?
2. 풍속에 따른 서멀사냥 전략
3. 역(逆)yaw 회전을 이용한 효율적 서멀진입법
4. 구름을 이용한 비행법
5. 서멀의 선택
6. 서멀을 떠날 때
제3장. 열기류비행 25법칙
제4장. 크로스컨트리비행 전략
1. 강한 측풍구간 횡단법
2. 지상풍이 강할 때의 평지 횡단법
3. 저고도에서의 비행
4. 리 사이드 비행
제5장. 기타 고급비행전술
1. 배풍시 이륙법
2. 배풍상승법
3. 난류속 비행법
4. 운중(雲中)비행법
5. 탑 랜딩(Top Landing)
6. 가속장치 사용법
제1장. 열기류비행의 기본
1. 서멀의 발생원인
서멀은 작은 대류현상으로서 아래쪽의 가벼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는 수직적 흐름을 말한다.
대기 또는 기층이 안정되거나 불안정하다고 하는 것은 바로 서멀이 있다, 없다라는 말과 직결되는데 가벼운 공기층이 아래에 있고 상대적으로 무거운 층이 위에 있다면 이것은 불안정한 상태일 것이고 불안정한 것은 스스로 안정되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아래쪽의 가벼운 공기층은 기를 쓰고 위로 올라가려 하고 반대로 위쪽에 있는 무거운 공기층은 아래로 내려오게 된다. 이렇게 아래에 있는 공기층이 위로 올라가는 상승운동을 서멀이라고 하며 대기가 안정된 날은 이러한 움직임이 없으므로 서멀 현상이 없다.
서멀의 근본 발생원인은 바로 태양이다.
태양이 지면을 가열하게 되면 지면 위의 공기층이 복사열에 의해 서서히 덥혀진다.
이 과정이 지속되어 일정 수준에 이르면 뜨거운 공기층이 땅에서 이탈하여 위로 떠오르게 된다.
따뜻한 공기는 부피가 팽창하므로 밀도가 낮아지게 되고 밀도가 낮으면 비중이 작으므로 가벼워지는 것이다.
이렇게 공기의 밀도(비중)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온도 외에 습도와 고도가 있다.
습기찬 공기는 건조한 공기보다 약 35% 정도 더 가볍다고 하므로 습윤한 공기층이 아래쪽에 있고 건조한 공기층이 위에 위치할 경우 불안정하여 습윤 공기가 위로 올라가게 된다.
또 고도가 높고 낮음은 기압과 직결되고 기압이 낮으면 밀도가 낮게 되므로 가볍다.
이렇게 여러 가지 요인들이 각각 독립적으로 또는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기층이 불안정해질 때 서멀은 발생하게 된다.
2. 서멀의 성질
서멀은 그 발생에서부터 시작하여 상승하면서 성장하다가 상승을 멈추고 주변의 공기층과 섞여 없어지는 것으로 생명이 끝난다.
서멀이 지표면을 막 이탈한 초기과정은 작고 강하며 난류성이지만 상승을 계속하면서 점차 크고 부드러워지며 일정한 움직임을 보인다. 서멀이 상승함에 따라 나타나는 상태를 잘 알아두면 그것을 이용하여 비행하고자 할 때 매우 유익할 것이다.
서멀의 상태는,
* 크기가 점차 커진다. 즉 단면적이 넓어지는 것이다.
고도가 올라감에 따라 기압이 낮아지므로 자연히 서멀도 점차 팽창하게 된다.
* 기류가 점차 부드러워진다. 초기에는 작은 덩어리 내에서 죽 끓듯 하는 움직임이어서 무척 거칠다가 서멀이 팽창함에 따라 움직임도 둔화되고 부드러워진다.
* 정지해 있는 공기속을 뚫고 올라가는 과정에서 주변공기와의 마찰로 바깥 부분에 하강성 와류와 서멀 조각들이 부서져 나타난다.
* 주변 공기층과의 마찰로 인해 서멀의 주변부는 상승력이 약하고 중심부는 강하다.
* 고도가 계속 올라감에 따라 크기가 자꾸 커지므로 상승력이 점점 완만해진다.
* 계속 냉각되다가 주변의 공기 온도와 같아지면 상승을 멈추고 주변 공기와 섞이면서 사라진다.
3. 서멀의 형성
서멀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여러 가지 있다.
물론 이러한 것들에 관해서도 잘 살펴 두어야 서멀이 어떤 곳에서 어떻게 생기는가를 알 수 있다.
지면 특성
* 일반적으로 밝은 색이 빛(열)을 반사하고 짙은 색이 잘 흡수되므로 짙은 색을 띤 지면이 보다 빨리 가열된다.
* 울퉁불퉁하고 거친 곳보다는 편편하고 부드러운 곳이 더 빨리 가열된다.
* 경작지나 숲보다는 황무지가 더 쉽게 가열된다.
* 건조한 곳이 습윤한 곳보다 빨리 가열된다.
* 햇빛을 받는 각도가 90°에 가까운 곳일수록 빨리 가열된다.
이러한 비교특성과 같이 태양은 모든 지면에 똑같이 열을 보내지만 그 열을 받아들이는 지면 조건에 따라 가열되는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므로 각각의 지면 위에 있는 공기층의 온도가 다르게 된다.
따라서 현재 가장 잘 가열될 수 있는 지면이 서멀을 가장 잘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
바람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바람은 서멀 형성을 방해하고 파괴하기도 하지만 충분히 축적된 예비 서멀 덩어리에 충격을 주어 발생을 촉진하기도 한다.
또 상당 부분의 경우는 바람이 예비 서멀을 밀어 이동시키다가 발생에 적당한 곳, 즉 발생지에 이르러 자연히 발생되게끔 단순한 이동역할을 맡기도 한다.
발생지
서멀의 발생지는 애초에 태양열에 의해 예비 서멀이 형성된 곳이 아니고 실제로 지표면으로부터 이탈하여 서멀로서 본격적으로 상승을 시작하는 지점을 말한다.
이 두 가지는 서로 같은 곳일 수도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다른 곳이 된다.
이러한 발생지로는 산 정상이나 절벽 끝, 사면의 돌출부 등 주로 지형적인 변화가 극심한 곳이 많다.
4. 서멀의 종류
서멀은 분류 기준에 따라 여러가지 종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형태에 따른 분류
기둥 서멀 (column thermal)
거품 서멀 (bubble thermal)
습도에 따른 분류
습윤 서멀 (moist thermal or white thermal)
건조 서멀 (dry thermal or blue thermal)
핵의 수에 따른 분류
단핵 서멀 (single-core thermal)
다핵 서멀 (multiple-core thermal)
5. 종류별 특성
기둥 서멀과 거품 서멀
서멀의 수직적 구조가 기둥처럼 지표면으로부터 위로 연결된 것인가 아니면 독립된 거품 방울처럼 공중에 떠있는 것인가를 말한다.
이것은 지표면에 대한 태양의 가열이 지속적인가 또는 단속적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만일 지표면이 지속적으로 가열된다면 서멀의 형성과 발생이 연속적으로 일어나 하나의 기둥 모양으로 계속 연결됨으로 해서 단일 서멀로 이어지게 된다.
이것은 하나의 수직적 터널을 이루기 때문에 이 터널 속에 있기만 하면 누구든지 그 끝까지 올라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구름이 지나가든가 하여 태양빛이 차단됨으로 해서 지면 가열이 중단되면 서멀의 형성과 발생도 중단된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의 후속 상승기류가 없어지므로 해서 기둥이 끊기게 되고 지면으로부터 완전히 이탈하여 거품방울처럼 독립적으로 떠올라가게 된다.
이것을 거품 서멀이라 하며 시간이 흐르고 가열이 다시 시작되면 새로운 서멀이 다시 형성되고 올라가게 된다.
습윤 서멀과 건조 서멀
가열된 공기 덩어리가 습기를 함유하고 있느냐 또는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습윤형과 건조형 서멀로 각기 구분할 수 있다.
이것은 구조적인 차이는 없으나 구름을 형성하고 못하는 시각적 차이가 있다.
즉 습윤 서멀은 상승 후 일정한 고도에 이르면 냉각되어 내포된 습기가 응결되므로 구름(적운)을 만들게 된다. 따라서 점점 커지고 짙어지는 구름이 있다면 그 아래에는 계속적으로 습윤 서멀이 기둥형으로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단핵 서멀과 다핵 서멀
일반적인 서멀의 형태는 단핵, 즉 핵이 한군데인 서멀이다.
그러나 여러 개의 단핵 서멀들이 바람 등의 요인에 의해 움직이면서 서로 뭉쳐져 여러 개의 핵을 가진 서멀군을 이룰 때 이를 다핵 서멀이라고 한다.
따라서 다핵 서멀은 일반적으로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강한 상승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6. 서멀의 상승
서멀은 상승하면서 바람에 밀려 상승경로가 기울어지거나 상승율이 변하기도 하는 등 여러가지 변화가 있다가 마지막에는 구름을 형성(습윤서멀의 경우)하면서 그 생명을 다한다.
서멀의 상승에 영향을 미치거나 상승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마지막으로 살펴보자.
상승 기울기
바람이 없을 때 서멀은 수직 상승하지만 바람이 있으면 그 바람에 밀려 상승 경로가 약간 기울게 된다. 굴뚝 연기를 생각해 보면 쉽게 상상될 것이다.
그 기울기는 바람의 강도와 서멀 상승력의 세기에 달려 있는데 바람이 강할수록 기울기가 크게 되고, 서멀의 상승력이 강할수록 기울기는 작게 나타난다.
대체로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서멀은 크기가 크고 상승력이 강하기 때문에 굴뚝 연기처럼 크게 기울지는 않는다.
그리고 기둥 서멀보다는 거품 써멀이 바람에 보다 쉽게 기울게 된다.
이러한 기울기는 고도가 높아지면서 풍속이나 풍향이 달라짐에 따라 변화되기도 한다.
따라서 바람이 있을 때 이러한 서멀의 기울기에 대해 잘 판단해야만 그 서멀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서멀의 상승율은 분당 또는 초당 몇 m정도 상승하는가 하는 것으로서 서멀의 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활공에 있어서 우리가 몸으로 느끼고 계기를 통해 확인하는 상승율은 기체의 상승율로서 서멀 본래의 상승율보다 훨씬 적다.
예를 들어 5m/sec 정도의 상승율로 계기에 나타났다면 실제 그 서멀의 상승율은 10m/sec 이상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쨌든 기체 상승율을 기준으로 볼 때 상승율은 보통 1m/sec 이하의 작은 경우부터 40m/sec 정도에 이르는 엄청난 것까지 있다.
이러한 상승율은 주로 대기의 안정도에 달려 있다.
대기의 안정여부는 대기온도 차이에 의한 무게 차이에 따른 것으로서 무거운 것이 아래에 있고 가벼운 것이 위에 있을 때 안정하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차가운 공기가 아래에 있고 따뜻한 공기가 위에 위치하고 있다면 대기가 안정하다고 하고 반대의 경우는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그런데 써멀은 따뜻한 공기가 아래에서부터 위로 상승하는 것이므로 대기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스스로 안정해지려고 움직이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기가 안정할 때는 서멀이 거의 없고 대기가 불안정할 때 또 불안할수록 강한 서멀 상승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대기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척도는 기온 감율(rapse rate)이다. 보통 고도가 올라감에 따라 기온이 내려가는데 고도 100m당 기온의 하강율로 표시한다. 표준 감율은 0.6℃/100m로 되어 있으나 실제 대기상에서 지역이나 시간, 계절별로 천차만별로 나타난다.
때로 기온 감율이 제로인 고도 구간이 있는데 그 구간은 온도 변화가 없으므로 등온층이라 한다.
또한 고도가 올라감에 따라 기온이 오히려 올라가는 구간도 있는데 이것을 역전층이라 한다. 이러한 역전층은 보통 서멀의 종착점으로 된다.
위의 그림들은 대표적인 기온 감율의 형태를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는 훨씬 복잡하게 나타난다. 어떤 지역에 있어서의 고도별 기온 변화를 시간대별로 그래프한 다음과 같은 그림을 보면 잘 이해될 것이다.
어떤 지역에 대한 시간대별 기온 분포가 위와 같이 예보되었다면 오전 10시까지는 하층에 역전층이 존재하는 만큼 기류가 안정되어 서멀이 없고 12시부터 확실하게 정상적인 기온 감율을 보이기 시작하므로 적어도 12시 이후에 이륙할 전략을 미리 세울 수 있다.
정오경 이륙한다면 1,500m∼2,000m 고도에 등온층이 존재하므로 약 1,500m 정도까지는 상승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서멀이 습기를 함유하고 있다면 1,500m∼2,000m 고도에 구름이 형성될 것이라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상승율은 주로 기온 감율에 달려 있는데 기온 감율이 클수록, 즉 정상적인 감율을 보이는 그래프가 많이 기울수록 서멀의 상승율은 크게 되는 것이다.
7. 서멀 사냥
서멀을 탐색하여 찾아낸 다음 이것을 확실하게 붙잡는 과정까지를 서멀사냥이라 이름 붙여 보자.
결국 열기류 비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단계일 것이다.
이 사냥을 잘하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공부하고 익힌 모든 지식과 사고력, 경험, 그리고 여러가지 징후들에 대한 치밀한 관찰력 등등 모든 능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짐승 사냥을 생각해보자. 사냥을 잘하기 위해서는 잡고자 하는 짐승의 습성과 서식지 등 기초 지식을 두루 꿰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려니와 냄새 , 발자취, 배설물, 있을만한 지형, 도주로, 그 사냥에 필요한 장비 등 세세한 현장 경험도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막상 발견했을 때 실수없이 잡을 수 있는 사격술, 그리고 단발에 쓰러뜨리지 못하고 놓치게 되었을 경우 다시 뒤쫓아 기어이 잡아내고야 마는 근성, 이 모든 능력이 다 필요할 것이다.
또 한가지 필요한 능력을 더 든다면 짐승이 갑자기 나타나거나 덤벼들 때 당황하지 않고 처치할 수 있는 재치와 침착함일 것이다.
서멀 사냥도 짐승 사냥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모든 지식과 경험을 근거로 정신과 주의를 집중하여 서멀을 탐색해내고 서멀이 나타나면 적절한 조종술과 침착함으로 이를 실수없이 잡아채야 하며, 집중력과 근성을 발휘하여 한번 잡은 서멀은 절대 놓치지 않아야 한다.
판단에 의해 추적하다가 찾아내든 아니면 무방비 중에 서멀이 갑자기 덤벼들건 간에 서멀을 만나게 되면 우선 날개가 전체적으로 또는 어느 한쪽이 불쑥 들리게 된다.
이때부터 침착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왕 부딪히는 김에 정면으로 만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때는 날개가 전체적으로 상승을 하게 되는데 상승을 지속하면서 계속 전진하면 된다.
어느 한쪽만 들리게 되면 날개가 들리는 쪽에 서멀이 있다는 뜻이 되므로 그쪽으로 90°회전하여 정면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렇게 해서 날개 전체가 들리게 된다면 마찬가지로 계속 전진한다.
동시에 마음속으로 하나, 둘, 셋… 하고 1초 단위로 세어서 서멀의 수평적 크기를 짐작해 본다. 보통 셋까지 셀 정도이면 파라글라이더가 이용하기에 충분한 크기이다.
전진하면서 계기의 움직임이나 감각에 집중하여야 하는데 상승율이 점점 커진다면 계속적으로 핵을 향하고 있다는 뜻이 되므로 계속 진행하다가 상승율이 더 이상 커지지 않거나 줄어드는 시점에서 좌 또는 우로 회전을 시작한다.
이때 회전의 경사각(뱅크각)은 서멀의 크기에 달려 있는데 충분히 높지 않은 고도에서 만나는 서멀들은 크기가 그리 크지 않으므로 급회전을 해야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처음 회전을 시작할 때의 경사각은 매우 중요한데 대부분의 초심자들은 너무 완만한 경사, 즉 회전 반경이 서멀 크기에 비해 크기 때문에 서멀을 빠져나가는 우를 범하게 된다.
그러나 서멀사냥은 이때부터가 시작이다. 서멀사냥은 3단계로 나눠볼 수가 있는데
첫단계는 처음 서멀을 만나 크기를 가늠해 보면서 회전을 시작하여 서멀속에 들락날락하다가 한바퀴 내내 상승을 유지하도록 완전히 들어갈 때까지이고,
두 번째 단계는 초기 거친 서멀속에서 기류의 급격한 움직임에 따라 기체를 계속 안정시켜 가며 서멀의 코아 속으로 들어가도록 하는 힘든 코아링의 과정이다.
세번째 단계는 어느 정도 고도가 올라간 다음(약 500∼1,000m 이상) 서멀의 움직임이 부드러워졌을 때 일정한 회전을 유지하면서 상승을 지속하는 단계이다.
사실 세 번째 단계는 사냥해 놓은 먹이를 즐기는 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 아주 기분좋은 상승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러나 1,2단계는 매우 격렬한 싸움의 단계로 여기에서 싸워 이겨야만 한다.
야생마를 잡고(1단계), 길들이고(2단계), 마음먹은 대로 타고 다니는(3단계) 과정과 같다. 그래서 필자는 서멀링을 짐승사냥에 비유하기도 하고 야생마 길들이기라고도 하며, 때로는 낚시에 비유하기도 한다.
낚시할 때도 입질을 기다렸다가 적시에 잡아채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 일찍 잡아채도 안되고 너무 늦게 잡아채도 물고기를 놓치기 때문이다.
또 일단 낚시 바늘에 걸렸다 하더라도 당김과 늦춤을 적절히 반복하여 물고기를 적절히 다룰 줄 알아야 완전히 어망에 잡아넣을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1,2단계 기술들이 부족하면 항상 다 잡아 놓은 고기를 코앞에서 놓치게 된다.
8. 코아링(Coring)
앞에서 말한 것처럼 초기 서멀 사냥의 성패는 360°회전의 반경에 거의 전적으로 달려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완전히 360°회전이 일어날 동안 계속 상승을 유지했다면 그 서멀 사냥은 거의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보통 첫 회전에서 상승을 유지하는 구간(시간)이 길수록 좋은데 불행하게도 초심자일수록 그것이 짧다.
즉, 채 반바퀴도 돌기전에 상승이 끝나버리거나 3/4바퀴만 상승하고 나머지는 하강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때가 중요하다.
여기서 포기하면 그 사냥감은 영 놓치고 마는 것이지만 끈기있게 따라 붙으면 다시 잡을 수 있다.
서멀 사냥에 성공하는 코아링의 비법 세 가지 :
첫째, 360도 회전 내내 상승이 유지되는 곳을 찾아 회전중심을 이동하라.
둘째, 상승율이 줄거나 상승을 멈추는 순간 더 안쪽으로 파고 들 수 있도록 회전조작을 더 가하라.
셋째, 그래도 상승이 살아나지 않더라도 360°회전을 마저 완수하라.
가)비법 1. 회전 중심 이동
처음 회전을 시작할 때 회전중심과 서멀의 중심이 잘 맞지 않을 경우 사용하는 방법으로 예를 들어 회전의 절반은 상승하고 나머지 절반은 하강하는 회전을 처음 했다면 그 회전을 지속하지 말고 상승되는 쪽으로 직선비행으로 더 들어간 다음 다시 회전을 시도하면 된다.
완전히 360도 내내 상승이 유지되더라도 상승률이 더 큰 쪽으로 조금씩 회전 중심이동을 계속하라.
나)비법 2. 회전 반경 수정
이것은 상승구간에서 빠졌다가 다시 서멀을 찾아 들어가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보다 고급 수준에서 최상의 상승율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기 때문에 코아링의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위의 그림에서처럼 서멀을 벗어났다고 느끼는 순간, 또는 핵에서 빠져 상승율이 조금 줄어들었다고 느끼는 순간 더 안쪽으로 파고 들 수 있도록 회전 조작을 더 가해야 한다.
이 때 안쪽 브레이크를 더 당기는 것 보다는 회전 바깥쪽의 브레이크를 조금 더 풀어주고 몸을 안쪽으로 더 실어주는 방법이 보다 효율적이고 또한 안전하다.
이 기술만 적시에 적용해 주면 웬만한 서멀은 빠지지 않고 계속 돌 수 있으며, 나아가서 최상의 상승율을 계속 기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바람에 의해 서멀이 기울더라도 그 기울기에 맞추느라 별도로 신경 쓸 필요가 없이 이 수정만 섬세하게 해주면 자연히 기울기에 따라 같이 흐르면서 일정한 상승율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수정은 써클링 중 상당기간(300m에서 출발하여 2,000m까지 상승한다면 1,000m∼1,500m 정도까지 상승하는 동안 내내) 계속해 주어야 한다.
물론 서멀의 크기가 충분히 크다면 별로 필요없는 기술일지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초기 서멀에서는 이 기술이 꼭 필요하게 되고 이 기술을 구사하는 순간 바리오미터 바늘은 신기하게도 다시 살아날 것이다.
다)비법 3. 360°회전은 끝까지
만일 <비법 2>와 같은 수정을 했음에도 상승이 살아나지 않을 때는 회전을 멈추거나 반대로 되짚어 가보거나 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
무조건 진행중인 360°써클은 마저 수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반바퀴까지 상승하다가 빠졌더라도 일차적으로 수정을 시도하면서 나머지 반바퀴를 마저 돌아서 정풍을 향하도록 하라는 것이다.
나머지 반바퀴를 돌 때 침하를 하더라도 캐노피가 원을 다 그리고 다시 정풍을 향하게 되면 분명히 얼마간 엘리베이터처럼 상승하게 된다.
이때 회전을 멈추고 정풍으로 전진하면서 양쪽 브레이크를 충분히 당겨 최대한 상승한다.
이때부터는 서멀에 처음 진입했을 때와 똑같은 과정을 다시 한 번 신중히 밟으면 된다.
이 <비법 3>은 결국 작은 미세 수정으로 안될 경우 회전 중심 자체를 옮겨서 다시 시도하는 <비법 1>로 이어지는 기술이다.
상승구간을 벗어났다고 해서 써클링 도중에 회전을 멈추거나 아예 반대방향으로 되짚어 가보려는 것은 그 서멀로부터 완전히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반바퀴 정도라도 상승을 유지하다가 그 이후에 빠졌다면 무조건 그 원을 마저 그려야 한다.
그 다음 약간 앞으로 더 전진하면서 새로운 회전 중심점을 신중히 찾아보면 된다. 잘 안될 때는 몇차례라도 이러한 절반 상승-절반 하강 써클링을 계속하면서 조금씩 상승구간 쪽으로 회전 중심을 이동하다보면 완전히 상승구간 내에 들어설 수 있다.
그 다음에는 그 중에서도 가장 상승율이 높은 핵(core)부분 내에만 계속 머물도록 회전 중심과 반경을 수정해 나가면 완전한 서멀 소아링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서멀을 처음 사냥하여 야생마같은 초기 서멀 길들이기 과정을 거쳐 온순하게 만들어 올라타고 끝까지 상승하는 전 과정에 걸쳐 살펴보았다.
이제 남은 것은 실제로 도전하여 몸으로 깨우치는 것이다. 한 번 시도해서 안되면 책을 다시 한번 읽고 모자란 부분을 알게 되면 재시도하고… 이러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완전한 서멀 소아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제2장. 열기류비행법
1. 서멀은 어디에서, 어떻게 발견할 수 있나?
서멀을 열기류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열'이라고 하여 덥고 쾌청한 날에만 발생하는 상승기류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판이다.
서멀은 일정한 조건하에서라면 언제, 어디서나 사계절 내내 형성된다.
기상학자들은 영하 30도를 밑도는 기온의 남극대륙에서도 서멀활동을 관찰한 바 있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1월중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 속에서도 글라이딩을 하면서 초당 2∼3m 정도의 서멀이 발생되는 것은 이미 우리가 그간의 비행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서멀 발생의 근본 원인은 무엇이던가?
바로 주위 공기 덩어리들간의 온도차 때문이다.
수직적으로 볼 때 아래의 공기가 보다 온도가 높다면 무게가 가벼워져 위쪽의 상대적 저온 공기층을 뚫고 위로 올라가려는 현상, 즉 서멀이 생기게 되고, 수평적으로 볼 때 주변에 비해 태양광선에 의해 보다 쉽게 가열되는 지표면에서 서멀이 생기게 된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근본원인은 공기층이 태양광선에 의해 직접 가열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고도가 높을수록, 즉 태양에 가까울수록 기온이 올라가야 하고 따라서 서멀이란 공기움직임은 있을 수 없다.
공기층은 태양광선을 잘 투과시키기만 하기 때문에 태양의 열에너지는 고스란히 지표를 가열시키고 가열된 지표로부터 복사되는 열이 상부의 공기층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태양이 비치는 날에는 항상 지표면에 가까운 하층공기가 온도가 높아져 상승요인이 생기게 되며, 모든 지표면 중에서도 모래땅, 황토밭, 아스팔트, 건물 등이 경작지, 초원, 숲, 호수 등 보다도 더 잘 가열되므로 쉽게 서멀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더 쉽게 가열되는 곳에서는 공기가 빨리 가벼워져 위로 상승하고 호수, 숲, 하천 등에서 찬 공기가 밀려온다. 그래서 낮에 호수나 숲 상공에서는 빈 공간을 메우기 위해 위에서부터 하강기류가 내려오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공기의 불균등한 가열에 기인하는 각 대기층간의 수직교류를 '대류'라고 부른다.
소어링(soaring)을 시작하려고 하는 초·중급 파일러트들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는 상승기류를 어떻게 발견할 것이며 또 거기서 어떻게 머물 수 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이 두가지 문제 중에서는 전자가 중요하다.
서멀을 발견할 수 없다면 당연히 그 속에서 머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서멀 소어링 연습을 시작하는데 가장 좋은 조건은 무풍상태에서 적운이 있을 때이다.
적운은 서멀의 위치를 알려주기 때문이고 바람이 없다는 것은 서멀의 위치 이동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이상적인 조건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 적운을 발견했다면 그 구름밑으로 기체를 몰고 들어가기만 하면 서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에는 어떻게 서멀을 잘 잡아 올라갈 수 있는냐 하는 것만이 문제로 남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구름 밑이라고 생각되는 지점들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녀도 끝내 상승기류와 맞부딪히지 못하는 수가 많다.
왜 그런 것일까?
이미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바람이 서멀을 기울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서멀의 경사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굴뚝의 연기를 상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무풍상태에서는 굴뚝의 연기가 똑바로 위로 올라가지만 바람이 불면 연기는 바람 아래쪽으로 기울어지게 되고, 그 기울기는 풍속이 강할수록 심해진다.
서멀의 경사도 같은 원리이다.
(그림 1)
그러나 서멀의 경사각 크기는 풍속뿐만 아니라 서멀 그 자체의 상승력에 의해서도 좌우된다. 즉 같은 바람일지라도 강한 서멀에 비해 약한 서멀은 더 크게 기울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서멀이 아주 약한 날에는 웬만한 바람만 불어도 크게 경사지게 되고, 그 결과 서멀을 발견하기는 어려워진다.
(그림 2)
사실 경험이 아주 많은 챔피언이라 할지라도 서멀의 기울기를 정확히 판단하여 단번에 서멀을 찾아내고 또 능숙하게 탈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누구든지 서멀이 있을만한 곳 주변을 조심스럽게 훑으면서 찾아야 한다.
그러므로 처음 서멀 소어링을 배우고자 할 때는 무풍 또는 아주 약한 바람인 날을 택하는 것이 좋으며, 이 경우 구름 바로 밑이나 서멀 발생가능 지점 위에서 찾아야 한다.
서멀을 탐색할 때는 경작지, 모래땅, 숲의 가장자리, 태양이 내리 쪼이는 협곡이나 산의 사면 등을 선택하라.
열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부분을 찾아서 그 쪽을 향해 곧장 날아간다.
만약 그곳에 서멀이 있다면 글라이더의 진동이나 바리오미터의 신호음으로 즉각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근방을 배회하며 1∼2회 선회해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쓸데없이 고도와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곧바로 다음 발생 가능지로 이동해야 한다.
그곳에서는 아마 서멀과 조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서멀의 경사가 없는 무풍상태의 날은 유감스럽게도 드물다.
따라서 파일러트들은 항시 서멀에 대한 바람의 작용을 고려하여 서멀의 경사 방향이나 각도를 마음속에 그리고 있어야만 한다.
다음 그림에서 표시한 것처럼 비행방향이 풍향과 일치하고 있다면 ― 배풍비행중이라면 ― 구름에 접근하면서 「반드시」상승기류와 만나게 될 것이다.
비행고도가 높을수록 구름에 가까이 접근해야 하고, 반대로 비행고도가 낮을수록 구름에서 멀리 떨어진 지점에서 서멀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글라이더가 서멀속에서 선회하고 있으면서도 이 서멀이 어디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어느 구름으로 연결되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즉 구름까지는 아직 상당한 거리가 있는데도 '깨끗한 하늘에서' 이미 상승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경우 저만치 보이는 구름 밑으로 들어가면 더 강한 상승기류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하에 글라이더를 구름의 중심부 아래로 향하게 되면 서멀을 놓치게 되는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림 3)
반대로 정풍을 받으며 비행중이라면 그림3 에서 알 수 있듯이 서멀을 만나기 위해서는 구름밑을 지나 바람 위쪽(風上)으로 더 전진해야만 한다.
그러나 서멀의 움직임은 그림2,3 에서 개략적으로 표시되어 있는 것처럼 간단하지만은 않다. 바람은 고도에 따라 그 속도뿐만 아니라 방향까지도 변화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이에 따라 서멀의 움직임도 더 복잡해지거나 서멀 자체가 약화 내지 붕괴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서멀의 발견은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된다.
서멀의 움직임을 사전에 잘 판단하기 위해서는 기상대에서 상층풍 자료와 기온감율선도 등의 데이터를 입수하여 연구해야 하지만 일반 활공인으로서 이러한 자료들을 손쉽게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활공장에서 구름과 바람을 주의깊게 관찰하는 수밖에 없다.
대개 구름은 지상의 바람과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거나 약간 틀어진 방향으로 흘러간다.(고도의 상승에 따라 바람은 보통 우측으로 기울어진다.)
이 경우는 앞에서 설명한 이론에 따라 서멀을 찾을 수 있으며 서멀의 움직임은 별로 복잡하지 않다.
그러나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풍향 또는 풍속이 현저하게 변화한다면 ― 지상풍의 방향과 구름의 이동방항이 전혀 다르다면 ― 서멀의 경사는 일정치 않고 어느 고도에선가 굴절된 것이며 따라서 서멀의 발견은 훨씬 더 복잡해진다.
(그림 4)
일반적으로 고도가 높아질수록 바람이 강해지지만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구름의 이동방향을 보고 상층의 바람을 알 수 있듯이 상공의 풍속 변화 역시 구름을 잘 관찰하면 알 수 있는데 주안점은 구름 꼭대기의 모양이다.
즉 고도가 올라감에 따라 바람이 강해질 경우에는 구름의 정점이 바람에 밀려 바람 아래쪽(風下)으로 경사지게 된다.
반대로 바람이 약해지면 구름의 정점은 바람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진다.
이렇게 구름의 모양과 이동방향을 잘 관찰하면 지상에서도 상공의 풍향 풍속의 변화나 서멀의 이동 경로에 관한 모든 가능한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그림 5)
이렇게 고도에 따라 풍속이 변화하는 것을 알아냈다면 머리속에서 서멀의 이동경로도 그려 볼 수 있을 것이고, 그 판단에 따라 서멀 사냥 포인트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이륙전 지상에서 풍향이나 풍속의 변화를 잘 관찰함으로써 서멀의 이동에 대해 미리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행중 공중에서 풍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이륙장 주변에서 멀리 떨어지거나 새로운 지형을 만나게 되면 대개 서멀의 경사에 대해 망각해 버릴 뿐만 아니라 도대체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고 있는가 하는 것조차도 알 수 없게 되는 수가 많다. 이러한 상황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서멀을 찾아 헤맬 때 파일러트들은 비행방향을 이리저리 바꿔서 글라이더를 조종하게 되며 계기의 지침도 주시하면서 풍향에도 신경써야만 한다.
콤파스(나침반)가 있으면 이륙전에 풍향을 측정해 두었다가 공중에서 확인하면 되겠지만 그것이 없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설혹 있다 하더라도 회전중에는 콤파스의 방위판도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비행중 순간 순간 확인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이때 공중에서 풍향을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륙전 태양에 대해 바람의 방향을 미리 측정해 두면 된다. 예를 들어 한 낮에 이륙한다고 하자.
태양은 거의 남쪽에 있으며 오늘 풍향은 북풍으로 태양을 향해서 바람이 불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것만 알고 있으면 비행중 태양과 기체를 기준으로 풍향을 판단할 수 있다.
(그림 6)
* 태양을 향해서 날고 있다면 현재 배풍비행중이다.(그림A)
* 태양을 등지고 날고 있다면 정풍이다.(그림B)
* 태양이 좌측에 있으면 우측풍이 불고 있다.(그림C)
* 태양이 우측에 있으면 좌측�이 불고 있다.(그림D)
이렇게 자기 위치를 판단하는 방법을 오리엔테이션(orientation)이라고 하는데 태양위치를 기준으로 풍향을 판단하는 오리엔테이션 방법은 언제, 어디서나 즉시 판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단점도 한가지 있다.
지구가 회전하고 있으므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태양의 위치가 변화한다는 점이다.
태양의 위치는 1 시간에 동쪽에서 서쪽으로 15。이동한다고 한다.
시간의 경과와 함께 나타나는 태양의 이동을 고려하여 태양과 풍향간의 각도를 크게 또는 작게 수정을 가해야만 정확한 판단을 할 수가 있다.
물론 1 ∼ 2시간 이내의 짧은 비행에서는 크게 개의치 않아도 되나 4∼5시간 정도 걸리는 장시간 비행이라면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태양을 이용한 풍향판단 외에도 공중에서 굴뚝연기를 관찰하거나 구름 그림자의 이동을 관찰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러한 모든 방법들을 통해 정확한 풍향판단이 되면 서멀의 발견은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앞에서 설명한 이론처럼 구름에 대해서는 그 구름보다 풍상(風上)쪽에서 서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며, 돌출 지형에 대해서는 반대로 그 지점의 풍하(風下)쪽 상공에서 서멀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그림 7)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구름이나 지형에 대해 풍향을 판단함으로써 서멀 사냥 장소를 결정하는 방법 이외에도 서멀의 존재를 나타내는 징후는 또 있다.
매나 산제비, 황새 등이 어떤 한 장소에서 원을 그리면서 날고 있다면 무조건 그 곳으로 글라이더를 몰고 가라. 그곳에는 틀림없이 서멀이 있을 것이다.
적지 않은 파일러트들이 이들로부터 서멀의 위치를 가르침 받고 궁지에서 탈출한 경험이 있다.
어떤 장소에서 아래위로 부지런히 움직이는 제비도 서멀의 존재를 알려 주는데 바로 그곳에 형성된 상승기류에 의해 지상의 파리, 모기, 나비 등의 곤충류가 높은 곳까지 날려 올라가는 것을 잡아먹으려고 뒤쫓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태양이 비치고 있는 쪽에서 잘 볼 수 있는 약간 검은 운무 상태의 반점같은 부분들도 서멀이다.
서멀은 지상의 먼지나 미립자를 끌어 올리고, 강한 서멀의 경우는 종이조각, 낙엽, 지푸라기, 마른 풀잎까지도 고공까지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멀리서 보면 주변의 공기층에 비해 검고 탁하게 보이기 때문에 '눈으로 볼 수 있는' 서멀이라고 할 수 있다.
건조하고 뜨거운 날에는 소용돌이를 관찰할 수 있는데 이것은 대개 갑자기 발생하며 서멀의 특수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지상의 먼지나 불순물들을 빨아올리면서 위쪽으로 계속 확대되어 기둥모양을 이룬다. 저고도에서는 이러한 소용돌이가 매우 좁으면서 강력하고 회전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그것과 부딪히게 되면 조종불능이 되거나 좌우날개의 급격한 상승력 차이로 인해 스파이럴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지상 500m 이상의 고도에서는 소용돌이의 크기가 보다 확대되고 회전력도 약해지기 때문에 그 속으로 행글라이더나 패러글라이더를 몰고 들어가도 크게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 실증되고 있다.
영국의 로비 휘톨(Robby Whittal)은 1995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패러글라이딩 장거리 비행을 하면서 소용돌이를 이용하여 200Km 거리를 비행하였다.
이 소용돌이는 쉽게 눈에 띄기 때문에 발견하기가 쉽고, 따라서 구름에서 구름으로 건너뛰는 적운 비행의 경우와 똑 같다고 할 수 있다.
구름이나 먼지기둥, 새, 소용돌이, 지형적 굴곡 등 공중에서 서멀 위치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아무 것도 없는 경우 남아있는 유일한 서멀 발견법은 바로 지표의 콘트라스트(contrast)이다.
즉 색채나 토질, 습기, 작물종류 등 여러 가지 조건에서 차이가 크게 나는 지역일수록 지표의 가열정도가 다름에 따라 서멀이 발생되는 것이다. 이때 서멀 발견의 원칙은 오직 하나다.
서멀은 양 극단의 콘트라스트 인접부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즉 하천-모래밭, 진한색 밭-밝은색 밭, 황무지-경작지, 견조한 땅-습지 등등 그 대비가 가장 크게 나는 부분에서 서멀이 발생되고 이곳에서 발생된 서멀은 바람에 의해 경사지거나 굴절될 것이다.
이러한 점을 주의깊게 관찰한다면 산악지역이 아닌 평원에서도 당연히 서멀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2. 풍속에 따른 서멀사냥 전략
평지에서 서멀을 제대로 사냥하기 위해서는 풍향 판단과 구름위치 확인을 하여 포인트를 측정하여야 한다.
그러나 산악지역, 특히 이륙장 상공에서의 서멀 사냥의 경우는 이미 풍향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파일러트들이 오류를 범하고 있다.
중급과정 교육을 통해 서멀은 바람에 밀려 산(이륙장)으로 집중되어 올라오므로 이륙후 릿지 소아링을 하면서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라고 배웠기 때문에 무조건 능선상공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자, 보다 고급자가 되고 싶다면 바람의 강약에 따라 전략을 수정할 줄을 알아야 한다.
가) 릿지소아링에 적당한 바람일 때 ( 15∼20 Km/h의 풍속범위 )
이 때는 지금까지 상식으로 알고 있는 바대로 릿지 소아링을 하면서 능선상공에 머무르는 것이 가장 확률이 높다.
나) 강풍일 때 ( 25 Km/h 이상 )
강풍일 때 이륙할 수만 있는 여건이라면 물론 쉽게 릿지 소아링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때는 평상시 이륙장 바로 위에서 소아링하던 것에 비해 다소 앞쪽으로 나아가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그 이유는 몇가지가 있는데
첫째, 강풍일 때 (기체가 전진이 잘 안될 정도로) 이륙장 상공으로 접근하면 벤츄리 효과에 의해 그 상공은 더욱 더 풍속이 강해지기 때문에 산 뒤로 밀려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마 많이들 경험했을 것이다.)
둘째, 풍속이 강하면 강할수록 상승구역(lift band)이 그만큼 두꺼워지고 또 사면에 접근할수록 난기류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면에 바싹 붙는 것보다는 다소 거리를 두고 멀찍이서 날아 다니는 것이 훨씬 기류도 깨끗하고 상승력도 더 낫다. 이때 사면으로부터의 거리는 풍속과 사면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50∼200m 까지도 유효한 상승구간이 된다.
셋째로, 서멀도 이 정도 거리 앞쪽으로 나가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사면을 따라 올라오는 바람자체도 압축이 되어 밀도가 상당히 높아지기 때문에 두껍고 고밀도인 리프트 밴드 자체가 또 하나의 새로운 사면 역할을 하게 되므로 서멀은 그 리프트 밴드선을 따라 올라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림 1의 나. 참조)
그림 1
최근 토잉으로 장거리 비행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 재미삼아 구름을 능선 사면 삼아 정풍쪽 구름 경사면에서 고공 릿지 소아링을 즐기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그 원리는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림 2 참조)
그림 2
다) 바람이 약할 때 ( 10Km/h 이하 )
바람이 아주 약하거나 거의 무풍으로 상승력이 없는데도 이륙하면 습관적으로 릿지에 바싹 �이면서 뭐 하나 안 걸리나 하면서 여기저기 배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쓸데없이 아까운 고도와 시간을 허비할 뿐 소득은 전혀 없다. 이때는 이륙하면서 무조건 앞으로 나가야 한다.
이륙장 앞의 평지중에서 서멀이 잘 생길만한 공터나 모래사장, 황토밭, 그리고 현재 햇빛이 잘 비치고 있는 곳 등을 목표로 계속 전진하는 것만이 유일한 서멀 사냥법이다.
왜냐하면 바람이 약하거나 무풍일 때는 서멀이 거의 제자리에서 수직으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이상의 바람이 있을 때에나 서멀이 바람에 밀려 이동하다가 능선을 따라 올라오는 것이고 바람이 없을 때는 당연히 수직 상승한다는 점을 명심하라.
우수한 사냥꾼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과 장소와 기상 등 모든 조건들을 면밀히 따져 포인트를 정확히 가려내야 하는 것이 첫번째 요구 능력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관찰력 및 판단력 없이는 아무리 좋은 장비와 기술도 결국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림3
3. 역(逆)yaw 회전을 이용한 효율적 서멀진입법
고급 파일러트들이 실제로 많이 이용하고 있는 기술인데 다만 용어가 생소할 것이다.
기체를 어느 방향으로 회전시키고자 조작을 할 때 조작과 반대 방향으로 요잉이 되려고 하는 현상이 생기는데 이것을 역요우(adverse yaw)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모든 비행체에서 공통으로 발생되는데 먼저 그 원인과 결과에 대해 자세히 이해하게 되면 실제 쓰임새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비행기를 회전시키기 위해서는 날개 양쪽에 붙어 있는 에일러론(aileron)이라는 보조익을 움직여야 하는데 이것은 좌우가 각각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되어 있다.
예컨데 왼쪽 에일러론이 내려가면 오른쪽은 올라가도록 되어 있는데 비행기를 좌회전시키고자 조종간을 좌측으로 꺾으면 좌측 에일러론이 올라가고 우측은 내려간다.
이때 에일러론이 내려간 쪽 날개는 받음각이 커지는 효과가 생기므로 양력이 증가하고 반대로 에일러론이 올라간 쪽 날개는 받음각이 감소하여 양력이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날개가 좌측으로 기울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받음각의 증감에 따른 또 하나의 변화, 즉 항력의 변화가 발생한다.
오른쪽 날개가 받음각이 커져 양력이 증가했지만 항력 역시 증가하므로 왼쪽 날개보다 뒤쪽으로 처지게 된다.
좌측 회전을 위해 좌측으로 기울어지긴 했지만 우측날개의 커진 항력 때문에 오히려 오른쪽으로 요잉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역요우이다.
이러한 역요우는 회전조작 직후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미세한 현상이지만 기체의 조종성을 둔하게 하는 요소로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이다.
아마도 실제 비행에서 무수히 많이 경험했을 것이다.
좌측 회전 조작을 했는데 순간적으로 좌측날개가 들리거나 우측으로 날개가 돌아가려는 현상 등 조작과 반대되는 결과가 짧은 동안이나마 나타났던 경험 말이다. 이제까지 조작과 그에 따른 결과가 제대로 나타나기까지의 시간과 과정을 모두 관성의 작용이라고 여겨왔지만 앞으로는 세분하여 이러한 반대 현상은 역요우라고 분명히 알아두자.
자, 그러면 이 역요우 현상을 이용할 수는 없을까?
그렇다. 기체의 기본 속성이 그렇다면 그 성질을 역이용하면 된다.
좌측 회전을 빨리 하고 싶을 때는 먼저 우측조작을하여 기체가 좌측으로 역요우하는 모멘트가 생기는 순간 재빠르게 좌측으로 조작을 바꾸면 시간지체없이 급회전을 할 수가 있게 된다.
이것을 역요우회전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뱅크를 적게 가져가도 되므로 고도침하를 줄이는 이점도 있다.
급히 회전을 해야 할 때나 작은 상승기류속에서 최소의 침하로 최대의 상승효과를 내고자 할 때 이용할 수 있다.
4. 구름을 이용한 비행법
일반적으로 서멀 비행을 할 때 우리들은 주로 지형을 살펴 서멀 포인트를 찾아 내는 데에 익숙해 있다. 서멀이 있으면 하늘에 구름(적운)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잘 알고는 있지만 사실 대부분은 그 구름과는 별개로 비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형을 이용하여 서멀을 찾아내고 코아링을 잘 하다보니 어느덧 어떤 구름밑에 까지 다다르게 되었고, 따라서 종착역이 가까워졌구나 하는 것을 아는 정도로만 구름을 이해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행법은 반쪽짜리, 아니 그 이하의 비행법이다.
서멀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륙후 능선위에만 머물러 있으려 하는 것은 능선을 버리고 앞쪽 평지로 나갔을 때 지형적 변화가 없는 까닭에 도대체 어디에서 서멀을 잡을 수 있을지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로지 능선위에서 버티고 있다가 서멀이 하나 걸리면 잡겠다고 도사리고 있게 된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행동반경이 크게 제약되고, 좁은 공간에서 충돌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자리다툼을 벌이다가 장거리 비행은 엄두도 못내고 체공만 하게 되고, 어쩌다가 고도를 잡아 여유가 생겨야 그제서 앞으로 좀 나가 보는 정도의 극히 소극적인 비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물속 사정은 전혀 모른 채 낚시만 던져 놓고 고기가 와서 물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직접 물속에 들어가서 고기를 찾아 작살로 찍는다면 훨씬 쉽게 더 많은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은 뻔한 이치가 아닌가.
그거야 당연한 소리이지만 서멀이 보여야 쫓아가서 잡을 것이 아니냐고 말할 것인가?
구름을 보면서도 서멀이 보이지 않는다고 할텐가?
이거야 말로 낫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바보보다 나을게 하나도 없는 소리이다.
눈으로 보면서도 안보인다고 하고, 그저 직접 들어가서 바리오미터가 울어야만 서멀이구나 하는 식으로 그간 비행을 해 온 것임을 증명하는 셈이다.
요점을 정리하면 서멀을 찾아내는 법은 두가지가 있다.
지형으로 판단하는 방법과 구름을 보고 판단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지형 판단법은 앞에서도 충분히 설명되었고, 이제까지 우리가 잘 활용해 온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고도가 높을 때는 별로 소용이 없다. 지면과 기체와의 간격이 크기 때문에 정확한 포인트를 가늠하기도 어렵고, 실제적인 영향도 미약하다.
이렇게 고도가 높을때는 구름을 보고 직접 찾아가야 한다. 반대로 고도가 낮은 상황에서는 구름을 봐도 위치를 잡기가 어렵기 때문에 지형 판단법이 유용하다.
그렇다면 구름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구름의 종류에는 권운, 층운, 적운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높은 하늘에 비늘 모양이나 새털 모양으로 옅게 형성되는 권운과, 광범위하게 온 하늘을 뒤덮는 층운은 서멀과 관계없고 오직 몽글몽글한 모양의 적운만이 관심대상인데 그 구별은 쉽게 된다.
적운(cumulus)은 발생, 발달, 붕괴의 3단계를 거치는데 구름의 모양이나 크기, 색채 등을 잘 살펴보면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지 알 수 있다.
파란 하늘에 처음 희끗희끗하게 구름이 생성되기 시작하면 금방 흰색이 짙어지면서 작고 둥글둥글한 형태를 이뤄나간다.
그리고 평평한 베이스를 갖추면서 시시각각 커지고 짙어진다.
이것이 발생기의 적운으로서 망설일 필요없이 이런 구름을 향해 기체를 몰고 가면 된다.
구름은 발달함에 따라 그 구름을 형성한 서멀의 경계밖으로 까지 넓이가 확대되고 높이도 커진다.
발달기의 적운은 직경이 크고 강한 상승기류와 함께 하강기류도 형성된다.
발달이 끝난 붕괴기의 적운은 푸른 재색이나 차가운 느낌의 청색을 띄고 있으며 더 이상의 서멀 활동이 없어 구름 모양이 뒤틀리거나 죽 끓듯 움직이는 등의 변화를 볼 수 없다.
거의 움직이지 않고 천천히 없어지거나 때로는 일몰후에까지도 검은 빛을 띈 채 하늘에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붕괴기의 구름 아래에는 당연히 서멀이 없다.
때로는 발달기에까지 이르지도 못하고 발생되다가 금방 사라지는 구름도 있다.
이것도 서멀 활동이 일찍 중단되었기 때문에 꽃봉오리를 채 피워보지도 못하고 지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하얀 색이 점점 짙어지다가 다시 흩어지는 곳은 찾아가 봤자 허탕만 칠 뿐이다.
눈앞에 몇 개의 구름이 있는데 어느 구름을 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이왕이면 가장 강한 상승기류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막 생기고 있는 작고 옅은 구름과 제법 형태를 갖춘 구름, 그리고 바닥 부분이 검은 색을 띄면서 크게 자리잡은 구름이 있다면 가장 큰 구름을 선택하라.
그리고 그 구름 중에서도 가장 검은 부분을 목표로 날아가라. 막 발생되고 있는 구름보다는 발달되고 있는 구름이 낫고, 또 그보다는 더 발달되어 성숙기라고 할 만한 구름이 더 낫기 때문이다. 발생기의 구름은 서멀의 크기도 작고 거칠고 불규칙하며 중도에 없어지는 수도 많다.
발달기나 성숙단계의 구름에서는 서멀이 크고 강하며 확실히 자리잡아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구름쪽으로 찾아 들어가면 강한 서멀을 찾아내기가 쉬운 것이다.
그림 1 적운의 일생
구름을 측면에서 관찰하기에 충분한 고도에 있는 경우라면 구름의 키가 크고 밑바닥은 윤곽이 뚜렷하고 농밀하며 접시를 엎어놓은 듯 우묵하면서 짙은 색을 띄고 있는 구름을 찾아 가면 된다.
낮은 고도라서 구름을 밑에서 쳐다볼 수 밖에 없는 위치라면 희고 밝게 보이는 구름보다는 크고 시커멓게 보이는 구름을 선택하면 된다.
배풍으로 날아가면서 저 멀리 앞에 있는 구름을 향해 갈 때 사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고 금방 도달할 수 있다.
보통 2∼3Km 거리 이내에 다음 구름이 있게 마련이고 멀다해도 10Km를 넘지는 않는다. 패러글라이더의 경우 최대속도 50Km/h에 풍속을 더한 속도이고 행글라이더는 적정속도 70Km/h에 풍속을 더한 속도로 날기 때문에 대략 70∼100Km/h의 대지속도가 된다.
이것은 1.17Km/분∼1.67Km/분으로 환산할 수 있으므로 1분 30초 내지 2분이면 다음 구름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이고 10Km나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6분안에 도착된다.
그러므로 처음 한 번 고도를 잡아 놓은 다음에는 건너 뛸 구름을 선택한 후 그쪽으로 날아가기만 하면 금방 도착할 수 있고, 구름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서멀이 시작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서멀이 바람에 밀려 경사지게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배풍으로 구름을 향해 가다보면 구름에 닿기 전에 서멀 기둥에 먼저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 활동이 끝난 '죽은' 구름이 아니라면 적운을 향해 완전 배풍으로 날아 가다보면 100% 서멀을 만나게 된다.
그림 2
따라서 서멀을 잡아내는 관건은 풍향을 정확히 판단하는 데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형을 보고 찾을 때는 발생 예상지점의 풍하(風下)쪽으로 찾아들어야 하고, 구름을 보고 찾을때는 구름의 풍상(風上)쪽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지형 판단보다는 구름 판단이 쉬운 것은 구름이 바람에 밀려 이동하는 것이 눈으로 보이기 때문에 풍향을 보다 정확히 알 수 있는 까닭이다.
바람이 불 때 서멀활동이 장시간 지속되면 구름을 계속 만들어 내게 되는데, 이렇게 형성되어 대체로 풍향과 평행하게 일렬로 늘어선 구름 행렬을 구름길(cloud street)이라 한다. 바람불고 서멀 있는 날 흔히 볼 수 있는데 구름간의 간격은 바람이 강할수록 멀어진다.
다른 서멀 발생원이 조금 떨어진 곳에 또 있을 경우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구름길이 연속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비행중 이러한 구름길을 만나면 수십 Km씩 줄지어 있는 구름들을 이용하여 회전없이도 고도를 유지하며 비행할 수 있게 된다.
배풍으로 구름길을 따라 비행할 때는 마치 오토반처럼 기분좋게 내달릴 수 있으나 비행방향을 바꿔 구름길에서 다음 구름길 쪽으로 횡단해야 할 경우 그 구름길들 사이는 강한 하강기류와 와류가 존재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구름길을 따라 갈 때에는 서멀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써클링을 가급적 하지 말고 구름속으로 빨려들지 않도록 최대한 침하율과 상승율이 모두 제로(0)의 상태가 유지되도록 하면 이상적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구름과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빠른 속도로 구름길의 길이만큼 쉽게 이동할 수 있다.
그림 3
지난 1996년 4월 고 오진욱씨는 진천에서 충주까지 직선거리 37Km를 패러글라이더(에델 섹터 M)로 비행하면서 구름길을 이용함으로써 빠른 시간에 자신의 당시최고기록을 작성할 수 있었다.
오후 2시경 15∼20Km/h의 서풍을 받으며 진천 활공장을 이륙한 그는 약 30분간 릿지 소아링을 하던 중 서멀을 잡아 해발 1,200m 고도에 이르러 풍하쪽으로 비행방향을 잡아 날아가다가 약 1Km 전방에 보이는 큰 적운을 발견하고 상승포인트를 찾아 1,400m 고도까지 다시 올리게 되었는데 그것이 구름길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경우는 구름간의 간격이 그리 촘촘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약 1Km 정도의 간격을 두고 이어지고 있는 구름들을 계속 이용하여 4번의 서멀링을 더 하면서 비행하다가 충주 건국대학교를 발견하고 착륙하기로 하였다.
사전에 충분한 준비만 갖추어졌다면 더 멀리 날아 갈 수도 있었으나 충주 이후의 지형과 방향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었던 그는 아쉬움 속에 날개를 접어야 했다.
처음 이륙후 30분간을 제외하고 XC 비행 시작후 착륙까지 소요시간은 40분으로 37kM/40분 = 55.5Km/h 라는 놀라운 평균비행속도를 기록한 셈이다.
(고 오진욱씨는 1997년 4월 위암으로 33세의 짧은 비행 인생을 마쳤다.
그는 광주 조선대학교 패러글라이딩클럽 알바트로스 출신으로서 1993년 제2회 세계 패러글라이딩 선수권대회에 후보선수로 참가한 이래 3회, 4회 세계대회에 연속 국가대표선수로 출전하였고, 그외 중국 국제대회 등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 부동의 국가대표로 자리잡고 있던 중 1996년말부터 불의의 투병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와병으로 인해 체중이 20여kg이나 줄어든 속에서도 그의 비행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20kg의 납 덩어리와 8kg의 물 발라스트를 부착함으로써 적정 하중을 겨우 맞춘 그는 1997년 3월 1일 그의 애기 에델 섹터(M)로 전남 창평 월봉산을 이륙하였다.
이륙후 바로 고도 800m에 도달한 후 순천 방향으로 비행을 시작하였고, 순천 바닷가에 도착하여 날개를 접어야 했다. 직선거리 53.3km.
한국 패러글라이딩 직선거리 비행 최고기록으로 공인되었다. 그 기록 수립후 그의 병세는 급속도로 악화되어 급기야 한달여만에 영면에 들었다.
지금도 저 하늘에서 날기를 멈추지 않고 있을 그의 명복을 빈다.)
5. 서멀의 선택
비행중, 특히 경기비행중 서멀링을 하고 있는데 가까운 곳에서 다른 선수(들)이 더 빨리 올라가는 것을 보게 될 때가 많다.
이 경우 나 자신도 현재 상승중인데 다른 선수가 치솟아 올라가는 것으로 느껴진다면 그만큼 그쪽의 상승력이 더 강하다는 얘기가 된다.
자, 이럴 때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재의 서멀을 버리고 더 큰 서멀로 �아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현재 확실히 잡고 있는 서멀을 놓치지 말고 그대로 버텨 볼 것인가?
이것도 매번 파일러트의 신속, 정확한 판단을 요구하는 대목이 된다.
판단을 위한 정보로는 옆 서멀까지의 거리, 옆 서멀에 있는 다른 기체의 고도, 풍향, 풍속 등 몇가지가 필요하다.
우선 옆 서멀까지의 거리가 가까워야 이동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몇 Km 떨어진 곳에서 여러대의 기체가 새까맣게 상승하고 있는 것은 나하고는 전혀 무관한 세계이므로. 또 지금 옆 서멀에서 빠르게 상승중인 다른 기체의 고도가 아주 좋은 판단 자료가 되는데 상대기체가 현재 저 아래에서 빠르게 상승중이어서 내가 만약 그쪽으로 이동해 들어갔을 때 그 시간동안 상대 기체가 더 상승하더라도 내가 그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높은 고도로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을 때는 머뭇거리지 말고 이동해도 된다.
그러나 상대 기체가 이내 나보다 더 높은 고도로 치솟고 있거나 내가 이동해 들어갔을 때 상대보다 월등 낮은 고도로 도착할 듯 싶을 때는 이동하는 것을 신중히 해야 한다.
그림 4
그 이유는 혹시 저 옆의 강한 서멀이 기둥형이 아닌 거품 서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거품서멀일 경우 내가 상대 기체 밑으로 도달했을 때는 서멀은 사라지고 혼자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저 옆의 서멀이 기둥형으로 내가 거기 갈 때까지도 충분히 상승기류가 계속 올라올 것으로 확신된다면 갈 수 있겠지만 필자는 나름대로의 비행경험을 통해 현재 비록 약하지만 확실하게 서멀을 잡고 있는 경우 바로 옆에서 다른 기체가 용솟음을 치더라도 웬만해선 옮기지 않는다.
서멀을 한창 배울 무렵 무조건 남의 떡이 커 보이는데다가 웬지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몰려 있어야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는 것 같아 무턱대고 다른 사람이 재미보고 있는 곳으로 이리 저리 옮겨 다니다가 계속 헛물만 켜고 혼이 난 기억이 여러번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보다는 서멀링에 대해 자신감이 생긴 이후 비록 지금 상승율이 낮더라도 잘 달래다 보면 분명히 더 강해지고, 또 코어링(coring)만 잘 하면 지금 용솟음치고 있는 상대선수 정도는 금방 추월할 수 있다는 여유가 있어 급해지고 흔들리려는 마음을 지긋이 누르면서 현재의 서멀을 좀체 버리지 않는다.
이미 잘 알고 있겠지만 서멀은 올라갈수록 크기가 커지기 때문에 지금 낮은 고도에서는 최소한의 회전 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멀의 변부를 돌고 있지만 점차 상승함에 따라 넓어지면 자연히 상승력이 강한 중심부를 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조급하지 말고 '조강지처'를 붙들고 있으면 곧 나도 아까 다른 선수가 용솟음치는 만큼 빠르게 상승할 수 있게 된다. 결국 확실하게 서멀 하나를 꿰차고 있으면 굳이 그것을 버리고 더 큰 놈을 찾아 다른 사람의 터전에 뛰어 들면서 좁은 공간을 다투거나 미아 신세가 될 위험을 자초할 필요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내 떡이 작아 보이고 아니고가 아니라 그것을 요리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닐까?
지난 1996년 3월 2일 단양 두산 활공장에서 열린 행글라이더 리그전 때의 일이다.
두산에서 이륙하여 1번 턴 포인트인 고수대교를 촬영하기 직전 단양시내 앞산(양방산) 자락에서 고도를 취하고 있을 때이다.
지상고도 불과 30m정도로 사면에서 날다가 작은 서멀을 잡고 조금씩 들락날락하면서 싸운 후 안정적으로 서멀링을 하고 있을 때의 상승율이 0.5∼1.0m/s 정도였다. 그 때 애초에 내 뒤를 따라 나보다 높은 고도로 앞산에 도착한 자유비행대 김찬경 선수가 치솟아 오르는 것이 보였다.
어림잡아 3∼4m/s 급의 대어로 짐작되었다.
순간 조급해지면서 그 쪽으로 향하려는 마음이 고개를 쳐들었으나 이미 나보다 높은 곳에서부터 시작하여 급상승하고 있다라는 점을 스스로 타이르듯 순간 따져본 후에 그대로 남아 있기로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나도 곧 3∼4m/s에 이르렀고, 또 금방 8m/s 이상까지 급상승하는 엄청난 기쁨을 맛보았다.
그 때쯤에는 김찬경 선수는 더 이상 내 위에 있지 않았고 8m/s대의 급상승을 거듭하여 지상 30m에서 1,400m까지 올라섰을 때는 김 선수는 까마득히 아래에 내려다 보였다.
만일 김 선수쪽으로 뒤따라 들어섰다면 아마도 끝내 그 서멀의 끝자락을 잡지 못하고 오리알이 되었거나 왔다갔다 하면서 시간을 너무 허비하여 김 선수에게 선두를 빼앗겼을 것으로 여겨지면서, 그 때의 0.5m/s 짜리가 전부가 아니고 결국 8m/s 짜리의 꼬리였다는 생각이 든다.
옛말이 틀릴 때도 있나?
" 3m 짜리 뱀대가리보다 0.5m 짜리 용꼬리가 낫다?"
그러나 매사 항상 옳은 것은 없는 법. 경기중에 많은 고급 선수들은 서멀링중 부근에서 더 강한 서멀이 있는 것을 본 순간 거의 즉시 그 쪽으로 이동하여 마치 굴러 온 돌이 박힌 돌 빼내 듯이 바로 주인 행세를 한다. 거의 망설임없이. 그것은 결국 그 만한 경험과 실력과 자신감이 어울어져 나타나는 행동들이 아닐까?
그러한 능력이 없거나 모자란다면 나의 작전은 분명히 그들과 똑같을 수는 없지 않을까?
6. 서멀을 떠날 때
경기나 한 서멀에서 여러대가 그룹으로 써클링하던 중 맨 위쪽의 선두그룹이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면 경험이 적은 선수들은 마음이 급해져서 앞 뒤 가리지 않고 뒤따라 나간다.
그러나 무조건 뒤따라 나가지 말자.
고도침하가 엄청나게 일어나고 속도도 없어지면서 앞서가는 선수들과는 고도차와 거리차가 점점 벌어지고 결국 혼자 '오리알'이 된다. 무슨 이유인가?
왼쪽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윗쪽의 선수들은 thermal의 꼭대기에서 출발하므로 상승기류가 바깥쪽으로 흐르는 것을 이용할 수 있어 고도침하 없이 빠른 속도로 비행할 수 있으나 그들보다 단 5m, 또는 10m정도라도 아래에 있는 선수라면 서멀 변부로 나가면서 바로 하강기류에 말리게 되어 눈깜짝할 사이에 고도와 거리의 결차가 크게 벌어지는 것이다.
이 경우 그들의 출발고도까지 올라간 다음 뒤따라 나서도 결코 늦지 않으니 서둘지 말라.
단 몇 m 정도의 고도차이를 무시하다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지 말라.
경우에 따라 서멀 중간에서 빠져나가게 될 경우 출발전 1∼2바퀴 회전동안 속도를 최대한 붙여 그 탄력으로 튀어나가듯 빠른 속도로 나가면 하강기류 영향도 덜 받고 또 시간적으로도 빨리 하강기류 지역을 벗어날 수 있으므로 좋다.
그렇다면 과연 서멀의 끝은 어디인가?
이것은 그날의 구름높이(운고:ceiling)에 달려 있으므로 높낮이가 매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높든 낮든 서멀의 끝은 대개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먼저 습윤 서멀일 경우라면 적운을 형성하므로 당연히 구름 밑에 까지 도달하면 거기가 끝인 것으로 시각적인 확인이 된다.
따라서 구름이 가까워지면 구름속까지 빨려들지 않도록 서둘러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나 구름이 없는 블루 서멀이라면 몸으로 느끼는 수밖에 없다.
즉 상승을 멈추는 때가 서멀이 끝인 셈이다. 이때 몸으로 느끼는 내용이 두가지가 있다.
거품 서멀과 기둥서멀에 따라 다른데 거품서멀의 경우 한계점에 도달하면 서멀이 흐지부지 없어지기 때문에 잘 상승하다가 갑자기 서멀이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침하를 나타내게 되므로 파일러트들은 황당하게 느낀다.
이때는 꼭 뭔가를 하다가 만듯하기도 하고 뒷처리를 깔끔하게 하지 못한 듯도하여 영 개운치 않다. 반면 기둥서멀은 그 끝을 기분좋게 느낄 수 있다.
상승율이 서서히 줄다가 완전 제로 상태에 도달하면서 상승도 침하도 아닌 수직적 정지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그것이다.
밑에서 서멀이 기둥식으로 계속 받쳐 주고 있기 때문인데 마치 강한 분수에 의해 몸이 솟�쳐 오르다가 정점에서 더 올라가지도 않고 떨어지지도 않은채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이 들게 된다.
그래서 회전을 계속하고 있어도 고도의 변화가 전혀 없는 무아의 상태가 바로 그 서멀의 끝이다.
필자는 과거 소백산에서 처음으로 서멀링을 완성하면서 이 경지를 맛보는 순간 그간 어렵고 답답하기만 하던 모든 문제들이 한꺼번에 깨달아지는 듯한, 감히 도통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작은 통(通)함의 기쁨을 가슴벅차게 누렸던 기억이 있다.
참고적으로 부언하면 서멀링을 할 때, 특히 경기중일때는 주변의 다른 파일러트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조심해야 되는데 공중 충돌의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서멀과의 격렬한 싸움 와중이거나 계기에 너무 집중하다 보면 다른 기체와 부딪힐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경기에서는 주최측이 그날의 서멀링 회전 방향을 시계 방향 또는 반시계 방향으로 미리 정해 주기도 한다.
이 경우 선수들은 그 규정에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러한 사전 약속이 없을 경우는 각자 더 조심하는 수밖에 없는데 일반적으로 그 서멀에서 먼저 회전하고 있는 사람의 회전방향에 맞추어야 한다.
이러한 원칙들은 매우 중요한데 아래 위에 있는 기체들의 상승속도가 실력에 따라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아래에 있던 기체가 더 빨리 위로 솟구치면서 추월하는 과정에서 충돌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멀링을 하는 파일러트들은 수시로 주변이나 아래쪽 뿐만아니라 상승하고 있는 위쪽 방향도 살펴야 한다.
지난 1993년 스위스에서 열린 제 2 회 세계 패러글라이딩 선수권 대회 본선 경기에서 한국의 김맹용 선수는 독일의 유명한 하리 분쯔(Haari Buntz) 선수와 충돌한 사고를 겪게 되었다.
그 날 두 선수는 아래 위로 약 100m 정도의 고도차를 두고 다음 턴포인트를 향해 능선을 따라 낮게 날아가고 있었는데 아래쪽에 있던 김 선수가 먼저 서멀에 히트되어 옳다구나 하면서 써클링을 하다가 위쪽에서 계속 진행하고 있던 하리 선수와 접촉되어 하리의 다리가 김 선수의 캐노피 산줄에 얽히게 되었다.
곧이어 하리도 서멀의 상승력을 받게 되어 두 대가 같이 얽힌 채 상승하면서 김선수는 어찌할 도리없이 하리만 쳐다보는 격이 되었고, 하리는 필사적으로 다리를 흔들고 털면서 산줄로부터 빠져 나오려 몸부림치다가 김 선수의 앞산줄 몇가닥이 끊기면서 겨우 분리되었다.
결국 하리는 그 서멀을 이용하여 고도를 취한 후 골까지 들어가는데 성공하였고, 김 선수는 분리 직후 보조 낙하산을 던지는 불운을 겪게 된 것이다.
이 충돌 사고는 두 선수 모두에게 잘못이 있다.
김 선수는 먼저 상승을 시작하면서 서멀링에만 몰두하느라 위쪽에 있던 다른 선수에 대해 망각하였고, 하리 선수는 위에서 지켜보고 있었으면서도 김 선수가 그렇게 빨리 자신을 향해 치솟아 올라 올줄은 모르고 그저 자신도 그 서멀속에 빨리 들어가게 되기만을 생각하며 회피하지 않고 계속 진행했던 잘못이 있는 것이다.
더 큰 사고로 연결되지 않고 무사히 분리된 것이 불행중 다행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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